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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99 호 레드오션 속 브랜드 성공비결, ‘세계관 마케팅' 열풍

  • 작성일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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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841
윤정원

가상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계관 마케팅 

  ‘세계관 마케팅’이란 브랜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마블은 영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캡틴아메리카, 토르,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히트시키면서 세계관을 확장시켜나갔다. 한 편의 영화로 시작된 마블의 세계관은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고 복잡해져 최근 개봉작을 보려면 다른 마블 영화를 섭렵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세계관 마케팅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세계관과 그 안에서 캐릭터들에 몰입하는 일명 ‘충성 팬덤’을 만들고 열광하게 하는 이점이 있다. 이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예전에는 영화, 소설, 게임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면 최근에는 부캐 열풍을 넘어 세계관의 적용 분야가 확장 되어 식품, 유통,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서도 활발하게 세계관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세계관 마케팅 

  빙그레 제품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제품에 그려진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왕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빙그레가 창립 53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브랜드 마케팅의 주인공으로 2020년 2월 처음 공개됐다. 바나나 우유, 메로나, 빵또아 등 자사의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빙그레우스 왕자는 SNS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유튜브까지 빙그레우스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면서 구독자 10만을 모았고, 빙그레우스가 등장한 영상은 700만회에 육박하며 빙그레가 올린 동영상 중 전체 5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B급 감성의 마케팅에 힘입어 빙그레의 지난 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은 73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올랐으며 영업이익 또한 5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33% 증가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탄생 배경을 인간 이기심으로 비롯된 사회 문제와 연결한 ‘초능력 세계관’과 방탄소년단의 소년 성장 서사를 담은 ‘BTS 유니버스’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 세계관을 아이돌 육성과 매니지먼트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는 K팝 기획사가 늘고 있다.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키즈 등 아이돌 그룹은 그들만의 세계관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의 성공 이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에게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가 조합해 만든 그룹이라는 설정을 부여하는 등 기존의 소속가수들의 세계관을 묶으며 점점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 마케팅은 K팝 그룹이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에 담은 스토리텔링의 총집합으로 앨범마다 짧은 스토리를 내놓아 거대한 서사를 완성해나감으로써 신규 팬을 유입하는 동시에 기존 팬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 그룹은 요리와 야구가 좋아서 화성을 탈출해 지구에 왔다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 ‘제이릴라’를 선보였으며 hy(한국아쿠르트)도 지난 3월부터 hy 대표 제품 5개를 사이버 아이돌로 캐릭터화 했다. 이들은 HY-FIVE(하이파이브)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며 실제 아이돌 연습생과 같은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연재물이 올라오는 공식 계정은 팔로워 수 5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관 마케팅으로 이미지 변신   

  기업은 세계관 마케팅을 통해 가상 스토리와 세계관을 형성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으며, 가상의 인물을 통해 고객과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제품을 각인시키기 수월하다. 특히 삼양식품과 빙그레의 설립연도는 각각 1961년과 1967년으로 한국의 대표 장수기업이지만 참신한 세계관 마케팅으로 오래된 장수 기업이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주요 타깃 층인 MZ세대에 새롭게 다가가 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평판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유사한 사계가 증가할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흥미가 반감될 수 있다. 그룹 엑소의 등장 이후 대부분의 그룹들이 데뷔 혹은 컴백하면서 팀의 세계관, 혹은 시리즈 앨범에 세계관을 담고 있지만 판타지적인 세계관은 탄탄한 기획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금세 그 빛을 잃고 만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NCT, 세븐틴, 트와이스 등 탄탄하고 유기적인 서사를 이어가고 있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데뷔 초창기 내세웠던 세계관을 조용히 접은 아이돌 그룹도 많다. 세계관이 점점 복잡해지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장황한 서사를 고집하는 일부 그룹들로 대중은 세계관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그룹을 바탕으로 그 그룹이 가진 스토리가 웹툰이 될 수도 있고, 영화, 드라마 심지어 예술적인 방향으로도 나갈 수 있어 잘 만든 하나의 세계관은 여러 가지 장르의 콘텐츠로 파생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세계관 마케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세계관 마케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향과 소비자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선택 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여 매력적인 세계관을 이루며 점차 확장해나가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기술발달과 함께 진화하는 세계관 마케팅 

  세계관 마케팅은 주로 가상의 캐릭터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캐릭터의 실제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세계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이 많이 즐겨 찾는 것은 ‘제페토’다. ‘제페토’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된 제페토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 등을 이용해 ‘3D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거나 다양한 가상현실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페토가 쓰이는 대표적인 예로는 cu와의 협업이 있다. 제페토 속 사람들이 CU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파라솔이나 루프탑에 앉아 한강의 경치를 보기도 하고 버스킹도 즐긴다. 제페토라는 세계에 CU가 오픈하면서 ‘세계 속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제페토의 한강공원 맵에서 ‘삼각김밥’ 찾기 이벤트를 열고, 당첨자에게는 실제 제품을 보내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공유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관에서 주체는 브랜드가 아닌 결국 소비자인 만큼 그 세계에 소비자가 동참할 때 비로소 세계관이 완성된다. 세계관은 단순히 캐릭터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통한 세계관 마케팅은 더욱 더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관은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의 생각을 확장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므로 기업들은 세계관 마케팅을 할 때 자사의 브랜드 철학을 확고히 한 다음 마케팅을 진행해야 소비자들이 각 기업의 세계관을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김채연, 윤정원 기자